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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ir Part 1] Ep.14 – The Reason I Kept Taking the Long Way A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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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were things I wanted too much, and things I did not have the courage to return. So I kept taking the long way around." Image generated by AI by Author In science class, the teacher told us to bring milk for an iodine experiment. I asked Father for the money, but he waved it off. “Go to your eldest cousin’s shop. Tell his wife, and she’ll give you a bottle.” My steps felt heavy on the way there. No matter how much I searched my pockets, I couldn’t find a single coin. At the shop in the lower village, my cousin’s wife was always there, standing behind the counter with her baby tied to her back. I lingered at the entrance for a long time before I finally stepped inside and stammered my request. She went to the back of the shop and brought out a glass bottle of milk. “Make sure you bring the empty bottle back,” she said more than once. I gave a small nod. I had to return it. One day passed, then two. I kept telling myself I would take it back soon. But by the end of a wee...

[Memoir Part 1] Ep.14 – 하얀 우유병 : 끝내 돌아가지 못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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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은 너무 갖고 싶어서, 어떤 것은 차마 돌려줄 용기가 없어서 나는 자꾸만 먼 길로 돌아갔다." Image generated by AI by Author 허기진 마음을 채울 새도 없이 학교에서는 또 다른 준비물을 요구했다. 학교에서 자연 시간에 요오드 실험을 한다며 우유를 가져오라 했다. 나는 아버지에게 돈을 달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사촌 오빠네 가게에 가가, 새언니한테 말하면 우유 한 병쯤은 그냥 줄 끼다.”  우유를 얻으러 가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호주머니를 뒤져도 동전 하나 나오지 않았다. 아랫동네 고모네 집 큰오빠의 슈퍼에는 늘 새언니가 어린 아들을 업고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입구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겨우 들어가 더듬거리며 말을 꺼냈다. 새언니는 말없이 뒤로 가 하얀 우유병 하나를 가져와 건넸다. “빈 병은 꼭 가져와야 한데이.”  새언니는 몇 번이나 당부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돌려주면 되는 일이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내일 가져다 주면 되지 하고 미뤘다. 일주일이 지나자 병을 건네며 할 말이 막막해졌다. ‘늦게 가져와서 죄송해요.’ 그 말을 입안에서 수십 번 굴렸지만, 끝내 꺼내지 못했다. 마당 구석에 놓인 우유병은 점점 뿌옇게 흐려졌다. 그 하얀 유리병은 투명함을 잃은 채, 끝내 돌아가지 못했다. 그 후 나는 슈퍼 앞을 지나지 않았다. 다른 길로 돌아갔다. 그 빨간 구두 가게 앞을 지나지 못했던 것처럼. 어떤 것은 너무 갖고 싶어서, 어떤 것은 차마 돌려줄 용기가 없어서 나는 자꾸만 먼 길로 돌아갔다. Read this story in English (영어 버전 읽기) 이 글들은 1970년대 바다 건너편 작은 집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쓰는 이야기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이어서 읽기: [Memoir Part 1] Ep.1 회색 공장: 낮은 천장 아래 그려진 첫 지도 이전편 읽기: [Memoir Part 1] Ep.13 – 빨간 구두: 손에...

[Memoir Part 1] Ep.12 –The Smile That Faded in the Fl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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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at cramped, damp room, those dolls were the only things that shone." Image generated by AI by Author   One day, after class, I was walking across the empty playground on my way home. I heard the steady footsteps behind me. It was a girl from my class. She came up close and nudged my shoulder, whispering softly. “Hey, do you want to come to my house and play? No one’s there.” I followed her through the kitchen and into her room. A heavy, dim stillness hung in the air. Against one wall stood a massive wardrobe. My friend opened it and pulled out a small wicker basket filled with sweet potatoes. “My grandma tucked these away in here for me. She told me to eat them when I got back from school.” Deep inside the wardrobe, nestled between thick blankets, the sweet potatoes still held their warmth. When we peeled them, the golden flesh was revealed. A taste sweeter than sugar spread through my mouth. We lay on our stomachs, kicking our feet in the air as we ate. She quietly nud...

[Memoir Part 1] Ep.12 – 불길 속 미소: 이어지지 못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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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형들은 좁고 눅눅한 방 안에서 유일하게 반짝였다. 나는 그 것들을 한 줄로 세워 놓고 인형들의 미소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AI 이미지 생성 수업이 끝난 뒤, 운동장은 비어 있었다. 나는 가방을 들고 교문 쪽으로 걸었다. “야.”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같은 반 아이였다. “우리 집 갈래? 아무도 없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집은 조용했다. 부엌을 지나 방으로 들어갔다. 어둑한 방 안에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 한쪽 벽면에 커다란 장롱 하나가 서 있었다. 친구는 장롱 문을 열고 고구마가 담긴 소쿠리를 꺼내 내밀었다.  “같이 묵자. 우리 할매가 내 학교 갔다오믄 무라 카더라.” 장롱 안 이불 사이에서 꺼낸 고구마는 아직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친구는 자기 것보다 조금 더 통통한 고구마를 슬쩍 내 쪽으로 밀어 주었다. 우리는 방바닥에 나란히 엎드려 두 발을 공중에 세운 채 까딱거리며 고구마를 먹었다.  친구가 손때 묻은 플라스틱 인형을 꺼내왔다. 매끄럽고 단단한 플라스틱의 감촉과 까칠한 금발 머리카락이 내 손바닥에 닿았다. 나는 인형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둥근 어깨와 가느다란 팔을 손가락 끝으로 만져 보았다. 그 방 안에서 우리는 인형 옷을 갈아입히며 소곤거렸다. 그 시간은 우리 둘만의 또 다른 세상이었다. 나는 바닥에 놓인 인형을 한 번 더 바라본 뒤 친구의 집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 잔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바닥에 배를 깔고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긴 머리, 역삼각형 입술, 바닥까지 퍼지는 드레스. 예쁜 공주님들이었다. 언니의 색연필을 몰래 꺼내 색을 입혔다. 머리카락은 노란색으로, 드레스는 연분홍색으로 촘촘히 채워 넣었다. 그림이 완성되자, 숨을 죽이고 가위질을 시작했다. 오려낸 종이 인형들에게 우리 반에서 가장 예쁜 옷을 입고 오던 아이들의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 인형들은 좁고 눅눅한 방 안에서 유일하게 반짝였다. 나는 그 것들을 한 줄로 세워 놓고...

[Memoir Part 1] Ep.13 – 빨간 구두: 손에 쥐지 못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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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가게 진열대 끝에는 빨간 에나멜 구두 한 켤레가 내 눈길을 붙잡았다. 손만 뻗으면 닿을 진열대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있었다." AI 이미지 생성 그 무렵, 나는 처음으로 ‘내 것’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알게 되었다.그때까지 ‘새것’을 내 손에 온전히 쥐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늘 언니 오빠가 쓰던 것, 입던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크레파스 한 상자를 사 주셨다. 처음 마주한 새 물건의 감촉에 심장이 묘하게 뛰었다. 투명 케이스를 벗기니 반듯한 종이 상자가 드러났다. 뚜껑을 열자, 매끄러운 왁스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스물네 개의 색들이 가지런히 줄을 서 있었다. 노랑, 분홍, 보라, 연두. 나는 그것들을 차마 쓰지 못했다. 하나씩 꺼내 보았다가 다시 제자리에 넣었다. 미술 시간이 있는 날, 크레파스 를 들고 학교에 갔다. 입구에서 신발을 갈아 신으며 그것을 시멘트 바닥에 내려놓았다. 다시 손을 뻗었을 때, 손끝에는 서늘한 바닥의 감촉만 남아 있었다. 크레파스가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눈앞이 하얘졌다.  복도를 미친 듯이  뒤졌다. 수업 시작 종소리는 무심하게 울렸다. 수업 시간 내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울음을 삼키느라 어깨가 떨렸다.  학교가 끝났지만 집으로 곧장 갈 수 없었다. 나는 시장 쪽으로 발을 돌렸다. 좁은 골목을 따라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무심코 걷다 신발 가게 앞에서 발이 멈췄다. 진열대 끝에 빨간 에나멜 구두 한 켤레가 있었다. 운동화와 검정 고무신 사이에서 그것만이 유난히 빛났다. 동그란 앞코, 얇은 끈 하나, 작은 금속 버클. 오후 햇살이 그 위를 잠깐 머물렀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하지만 나는 끝내 손을 뻗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부엌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엄마는 그늘진 부엌에서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었다.  “와 지 물건 하나도 제대로 못 챙기고 다니노? 써 보지도 몬하고 남 줘뿟네.”  엄마는 반죽을 한 번 힘껏 눌렀다. “아버지한테는 ...

[Memoir Part 1] Ep.13 – The Red Shoes I Hid in the Dark Never Shon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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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y sat precariously on the very edge of the shelf, as if they were waiting for a hand to reach out and take them." Image generated by AI by Author Until then, I had never owned anything brand new. Everything I had was a hand-me-down from my older brothers and sisters. Then one day, Father bought me a box of crayons. My heart pounded so hard it felt like it might burst, just holding something that was mine for the very first time. When I slid off the transparent cover with its little handle, a neat paper box appeared inside. I opened the lid carefully, and the smooth scent of wax rose to my nose. Twenty-four brilliant colors revealed themselves—yellow, pink, purple, lime green—untouched sticks lined up in perfect rows. I couldn’t bring myself to use them. I only took them out one by one to look at them, then placed them back gently, like something sacred. On the day we had art class, I left the house carrying the crayons in my hand. At the entrance to the school building, I...

[Memoir Part 1] Ep.11 – 작은 오빠: 닳아빠진 뒷굽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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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야지" AI 이미지생성 집 안의 공기는 점점 숨막히게 무거워졌다. 작은오빠는 그 공기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처럼, 밥만 먹으면 밖으로 나돌았다. 집에 있던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어느 날, 나도 오빠를 따라 나섰다. 산으로 올라갔다. 길은 좁았고 길가에 자란 풀들이 내 맨다리를 따갑게 긁었다. 오빠는 주워온 나뭇가지를 꺾어  길 옆 풀숲을 탁탁 후려쳤다. 나는 오빠를 졸졸 따라갔다.  오빠는 풀숲에서 까만 열매를 따서 입에 넣었다.  “이기 까마중이란 기다. 새까만걸 따 무야 더 달다.” 열매가 입안에서 톡 터지며 씨앗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우리는 입술 주변이 까맣게 물든 것도 모른 채 계속 먹었다. 오빠는 풀숲을 헤집어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것도 무 봐라.” 쌉싸래한 냄새와 시큼한 맛이 올라왔다. 내가 얼굴을 찌푸리며 삼키자, 오빠가 씩 웃었다.  “엣, 병신. 묵으라고 진짜 묵나?” 우리는 계속 걸었다. 철조망 너머로 무밭이 보였다. 오빠는 잠깐 주위를 훑더니 몸을 낮췄다.  “가만 있어바라.” 손이 철조망 사이로 미끄러졌다. 나는 숨을 멈춘 채 그 뒤에 붙었다. 땅을 더듬던 손끝이 무 하나를 끌어올렸다. 오빠는 껍질을 급히 이빨로 벗겼다. 흙이 입가로 튀었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알싸한 냄새가 퍼졌다. 그때였다. “거기 누고!” 짧고 날카로운 외침. 오빠 얼굴이 순간 굳었다. 무를 반쯤 문 채 몸을 돌렸다. “뛰어!” 우리는 동시에 몸을 날렸다. 풀숲이 얼굴을 때렸다. 돌부리가 발바닥을 찔렀다. 뒤에서는 발소리가 따라붙었다. “야—! 그 서라!” 오빠는 뒤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나는 오빠의 팔꿈치 끝만 붙잡고 끌려갔다. 숨이 목까지 차올랐다. 입안에는 아직 무의 씁쓸한 향이 남아 있었다. 계단처럼 꺾인 산길 아래로 굴러 떨어지듯 내려갔다. 소리가 완전히 멀어진 뒤에야 멈췄다. "식겁했다이"  오빠가 숨을 고르며 히죽 웃었다. 나는 오빠의 엉덩이에 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