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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March, 2026

[Memoir Part 1] Ep.14 – The Reason I Kept Taking the Long Way A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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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were things I wanted too much, and things I did not have the courage to return. So I kept taking the long way around." Image generated by AI by Author In science class, the teacher told us to bring milk for an iodine experiment. I asked Father for the money, but he waved it off. “Go to your eldest cousin’s shop. Tell his wife, and she’ll give you a bottle.” My steps felt heavy on the way there. No matter how much I searched my pockets, I couldn’t find a single coin. At the shop in the lower village, my cousin’s wife was always there, standing behind the counter with her baby tied to her back. I lingered at the entrance for a long time before I finally stepped inside and stammered my request. She went to the back of the shop and brought out a glass bottle of milk. “Make sure you bring the empty bottle back,” she said more than once. I gave a small nod. I had to return it. One day passed, then two. I kept telling myself I would take it back soon. But by the end of a wee...

[Memoir Part 1] Ep.10 – 검은 라디오와 노란 전구: 흘러들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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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안은 기묘했다. 정적과 소음이 뒤섞여 있었다." AI 이미지생성 언니가 집을 나가버리자 집안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번씩 마당 밖으로 흘러나오던 아버지의 신음도, 밤늦도록 멈출 줄 모르던 재봉틀 소리도 멎었다. 아버지는 온 골목을 뒤지며 언니의 행방을 묻고 다녔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멀리서 아버지가 언뜻 보이면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얼른 고개를 숙이고 다른 길로 내달렸다 아버지가 언니를 찾아내 방 안에 앉혀 두면, 한동안 얌전히 있다가 보란 듯이 다시 나갔다. 그 일이 몇번이나 반복되고 있었다. 집안은 정적과 소음이 공존했다. 재단 테이블 위, 노란 고무줄로 꽁꽁 묶인 검은 라디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는 좁은 방 안을 샅샅이 훑고 지나갔다. 나는 라디오 너머로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아 그 시선을 등졌다. 아버지와 언니의 줄다리기는 우리를 숨죽이게 했다. 한동안 큰오빠의 놀림이 멈췄다. 모두 본능적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밤이 되면,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노란 전구가 가느다랗게 흔들리고 있었다. 불이 꺼지면 눈앞에는 전구의 코일 모양이 푸른 잔상으로 남았다. 눈을 감아도 지워지지 않는 그 빛을 털어내려 애쓰다가, 어느 순간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 집의 밤은 늘 조용했지만, 단 한 번도 고요한 적은 없었다.

[Memoir Part 1] Ep.10 – In Our House, Nights Were Always Quiet but Never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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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use felt eerie, a strange blur of silence and noise." Image generated by AI by Author My father was a tailor. Whenever the clatter of his sewing machine stopped, the coughing began, followed by his low groans. The sounds rose from deep within his chest, rattling the floor and spilling over the threshold into the yard. I was afraid he might die. Often, his strained voice would call us from the room. “Hold my forehead with your cold hands.”  “Come, step on my legs.” My siblings always scrambled away, but I could not bring myself to leave.  When my palm grew warm with his fever, I switched it with the other, which I had kept cool against the cement wall.  I would stand over him, bracing myself against the wall for balance. Beneath my feet, his bones felt brittle and sharp.  “There. Not there. Move.” If I slipped while carefully shifting my weight and accidentally stepped on his bare skin, he would let out a sharp cry and strike the back of my ear without mercy. T...

[Memoir Part 1] Ep.9 – The Night She Didn’t Come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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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at quietly, holding our breath, watching each other’s shadows." Image generated by AI by Author My sister’s return grew later and later. By the time darkness settled over the yard, she would slip in quietly, hesitating at the threshold. Father, who had been watching the clock for hours, grabbed her by the collar the moment she appeared and dragged her inside. He reached for the thick wooden stick leaning against the wall. The rough wood came down mercilessly on her. My sister twisted her body desperately to avoid the blows. Her screams and the dull thuds filled the narrow room. She cried like a child. Father threw the stick to the floor. “She wasn’t like this… It’s those kids she’s been running with. She’s gone bad.” He warned her never to see them again. But her return never became any earlier. What waited for her back home was only the same beatings. Then came a certain day. Unable to contain his rage, Father snatched the jeans my sister had washed and hung to dry. H...

[Memoir Part 1] Ep.9 –언니: 비워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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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늘게 드리운 햇빛 속에서 담배연기는 꼬불꼬불 춤을 추며 작은 방안을 헤매고 있었다." AI 이미지생성 그 무렵부터 언니 곁에는 낯선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귀가 시간도 조금씩 늦어졌다. 해가 지고 서늘한 그림자가 마당에 내려앉을 때쯤 언니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방 안 눈치를 살폈다. 시계를 노려보던 아버지는 언니 얼굴이 보이자마자 멱살을 낚아채듯 방 안으로 끌어올렸다. 벽에 기대어 있던 투박한 각목을 집어 들었다. 나무 막대가 언니의 엉덩이 위로 사정없이 떨어졌다. 언니는 몸을 비틀며 피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언니의 비명소리와 둔탁한 타격음이 좁은 방 안을 휘저었다. 언니는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는 몽둥이를 바닥에 내던졌다. “저 가시나가 안 저랬는데... 질 나쁜 것들하고 다니디만 고마 저래되뿟네” 그리고는 다시는 그 애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언니의 귀가 시간은 달라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언니를 기다리는 것은 늘 같은 매질이었다. 아버지와 언니는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언니가 빨아서 걸어둔 청바지를 거칠게 낚아챘다. 테이블 위 무쇠 가위를 집어 들었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가시나가 바람이 나가꼬… 청바지나 입고 싸돌아 다니싸코!” 가윗날이 닿자, 청바지가 잘려 나갔다. 한 번, 또 한 번. 잘려나간 조각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악! 안돼!” 언니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손에 쥔 천 조각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언니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울었다. 나는 들썩이는 언니의 등을 바라보며 내눈에도 물기가 어렸다.  그날 밤 언니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것이 긴 싸움의 시작이었다 해가 기울고 아버지는 골목을 오갔다. 밤이 깊어도 언니의 기척은 없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서야, 나는 그 자리가 밤새 비어 있음을 알았다. 아버지는 쾡한 눈으로 줄담배만 피웠다. 손가락 사이에서 담배가 가늘게 떨렸다. 연기는 꼬불거리며 방 안을 떠돌았다. 나는 숨을 들이 쉴때마다 목구멍이 조였다. ...

[Memoir Part 1] Ep.8 – 물지게: 흙바닥을 적신 물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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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웃음소리가 전구의 필라멘트처럼 가늘게 떨리며 방 안을 환하게 밝히는 것만 같았다." AI 이미지생성 내가 2학년으로 올라갈때, 언니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언니는 자꾸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 보았다. 거울을 창틀에 올려두고 서서 단발머리를 매만졌다.  저녁 내내 사촌 언니가 물려준 진한 남색 청바지를 정성껏 빨아 꼭 짜서 널어 두었다. 밤새 머리맡에 걸어둔 바지를 몇 번이나 손끝으로 만져보았다. 아침이면 채 마르지도 않은 옷을 억지로 꿰차 입고 방바닥을 콩콩 굴렀다. "이기 맘보 춤이라는기야. 이래한다. 좀 봐 바라!"  허리를 꺾어 웃을 때마다 단발머리가 흔들렸다. 언니의 몸짓이 조금씩 커질 때마다 머리위에 노란 전구를 툭 건드릴까 봐, 나는 몸을 더 작게 움츠렸다. 엄마는 구리무를 얼굴에 문지르며 언니의 뒷모습을 흘깃 보았다. 광대뼈 위가 번들거렸다. 엄마는 언니의 등을 툭 치고 턱으로 마당을 가리켰다. "번잡 좀 고마 떨고! 너 둘이 가가 물 좀 길어 온나." 마당 귀퉁이에는 자주색 도라무통이 입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뚜껑을 열자 눅눅한 고무 냄새가 올라왔다. 안쪽에는 물이 손가락 마디만큼 찰박하게 고여 있었다. 언니는 큰오빠를 한 번 흘끗 보고, 미간을 깊게 접었다. "야야, 가가 무슨 힘이나 있겠노. 그라지 말고 퍼뜩 갔다 온나." 엄마가 재촉했다. 언니는 청바지를 벗고, 무릎이 닳은 자주색 체육 바지로 갈아입었다. 짧은 한숨을 쉬며 부엌문 옆에 세워둔 지게를 들어 올렸다. 나는 양은 대야를 들고, 뒤를 따라갔다. 비탈길에서 지게에 매달린 양동이가 철커덩, 철커덩 소리를 냈다. 공동 수도 앞은 물을 받으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줄 서 있는 양동이들 뒤로 우리 양동이와 대야를 놓았다. 아주머니들은 가장자리에서 낮게 속삭였다. 언니는 지게를 붙잡고 서 있었다. 우리 양동이도 줄을 따라 조금씩 앞으로 밀려갔다. 차례가 오자 언니는 물줄기 아래 양동이를 밀어 넣었다. 물이 가득 ...

[Memoir Part 1] Ep.8 – The Weight My Sister Carr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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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laughter seemed to warm the room,  flickering like the filament inside the bulb." Image generated by AI by Author In the spring sunlight pouring over the road, swallows darted like arrowheads, skimming the ground in a sharp curve before sweeping off into the distance. I would stop in my tracks, frozen, afraid one might fly straight at me. That was the spring the swallows returned, the year my sister, eight years my senior, entered high school. She would often set a small, plastic-framed square mirror precariously on the window ledge and stand before it, smoothing her blunt bob. Pulling a black hairpin from her temple and sliding it back into place, she would hold her own gaze in the mirror for a long time. She had a single pair of deep navy jeans, passed down from a cousin. Even when she washed them and left them to dry overnight, they were almost always still damp by morning. She would lie awake, turning over and over, reaching out to touch the denim hanging beside her....

[Memoir Part 1] Ep.6 – 서캐: 머릿속에 남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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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캐는 내 유년의 일부를 갉아먹다가 어느 순간 소리 없이 사라졌다." AI 이미지생성 차가운 바람과 따뜻한 볕이 섞일 무렵, 연이 날던 공터 위로 제비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제비는 화살처럼 찰나에 땅바닥을 스치듯 지나갔다. 유난히 많은 제비가 돌아온 그해 3월,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식 날 아침, 엄마는 나를 무릎 사이에 끼워 앉혔다. 빗을 세워 이마부터 뒤통수까지 가르마를 탔다. 빗질을 할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잡아끌리며 목이 뒤로 젖혀졌다. 두피는 당겨졌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가만 좀 있어 봐라” 엄마는 손가락 끝으로 머리카락을 뒤적이다가, 아주 작은 무언가를 집어 올렸다. 그것을 바닥에 놓고 엄지손톱으로 눌렀다. ‘톡.’ 조용한 방 안에서 그 소리만 또렷했다. 내가 머리를 긁적이면 엄마의 손이 곧장 그 자리를 뒤졌다. 내 머리는 그 손길을 따라 끌려다녔다. 나는 올라가려던 손을 멈췄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머리를 묶었다. 고무줄이 당겨지며 눈가가 위로 끌려 올라갔다. 나는 거울도 보지 않은 채 집을 나왔다.  운동장은 저마다 부모님의 손을 잡은 아이들로 북적였다. 아이들의 가슴팍에는 하얀 손수건이 커다란 옷핀에 매달려 깃발처럼 펄럭였다. 한 아이가 그 손수건을 들어 올려 “팽!” 하고 코를 풀었다. 그 생소한 풍경 속에 나는 혼자 서 있었다. 교실에는 나무 책상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선생님은 우리를 복도에 키순으로 세운 뒤, 앞자리부터 차례로 앉혔다. 내 자리는 교단 앞 첫째 줄이었다. 선생님이 나가면 교실은 금세 시끄러워졌다. 나는 그 소란 속에 섞이지 못한 채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봄꽃처럼 화사한 색깔의 원피스를 입고, 또각또각 소리가 날 것 같은 구두를 신은 아이도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뒷모습과 옷감을 바라보았다. 한 번쯤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었다. 다시 내 옷을 내려다보았다. 벽돌색 스웨터, 무릎이 튀어나온 검정 바지, 곧 엄지발가락이 튀어나올 것 같은 남색 운동화. 그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