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ir Part 1] Ep.14 – The Reason I Kept Taking the Long Way A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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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were things I wanted too much, and things I did not have the courage to return. So I kept taking the long way around." Image generated by AI by Author In science class, the teacher told us to bring milk for an iodine experiment. I asked Father for the money, but he waved it off. “Go to your eldest cousin’s shop. Tell his wife, and she’ll give you a bottle.” My steps felt heavy on the way there. No matter how much I searched my pockets, I couldn’t find a single coin. At the shop in the lower village, my cousin’s wife was always there, standing behind the counter with her baby tied to her back. I lingered at the entrance for a long time before I finally stepped inside and stammered my request. She went to the back of the shop and brought out a glass bottle of milk. “Make sure you bring the empty bottle back,” she said more than once. I gave a small nod. I had to return it. One day passed, then two. I kept telling myself I would take it back soon. But by the end of a wee...

[Memoir Part 1]Ep.4 – 마지막 밥그릇: 차례로 줄어드는 밥

 "그 마지막 밥그릇은 언제나 내 앞에 놓였다. "

AI 이미지생성

보따리 속을 채우던 두터운 코트와 털옷들이 자취를 감추고, 얇은 셔츠들이 그 자리를 대신할 무렵, 계절은 어느새 여름의 한복판에 들어서 있었다.

장마가 시작되고 비가 며칠째 그치지 않으면, 눅눅한 습기가 바닥에서부터 올라와 방 안을 떠다녔다. 가파른 비탈길 위로는 누런 빗물이 시냇물처럼 골을 이루며 거칠게 쏟아져 내렸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언니와 오빠들은 물에 빠진 생쥐처럼 홀딱 젖어 있었다. 신발 밑창에는 떼어내기 힘든 황토 흙이 겹겹이 들러붙어 있었다. 문지방을 넘는 뒤꽁무니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며칠 만에 비가 그치고 반짝 해가 뜨면, 마당에는 미처 땅속으로 돌아가지 못한 지렁이들이 젖은 흙바닥 위에 길고 구불구불한 줄을 그으며 기어 갔다. 

나는 엄마의 젖은 치마 자락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엄마 지렁이가 땅바닥에 글 쓰고 있대이."

엄마는 흘끗 그것을 보더니 피식, 바람 빠지는 웃음을 내뱉고는 다시 어두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땅 위로 노랑, 주황빛 지렁이들이 간간이 나타났다.

아이들은 그 지렁이에 소금을 뿌리고, 몸이 뒤틀릴 때마다 손뼉을 쳤다. 더 이상 지렁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이들은 돌아섰다. 그 글을 알아봐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마당의 지렁이는 뙤약볕 아래 흩어지고, 다시 찬 바람이 산비탈을 타고 내려왔다.
마당의 흙은 단단하게 굳어 갔다.

금세 시멘트 벽의 미세한 틈으로 칼바람이 비집고 들어와 방 안을 휘저었다.
우리는 뜨끈한 온돌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담요 한 장을 나누어 덮고 웅크려 있었다.

이른 아침 눈을 뜨면 하얀 입김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밤새 댓돌 위에서 꽁꽁 얼어붙은 신발을 슥슥 끌며 부엌으로 향했다. 엄마가 커다란 솥에 미리 데워둔 뜨거운 물을 한 바가지 떠서, 살얼음이 낀 찬물에 섞으면, 그제야 세수를 할 수 있는 미지근한 물이 되었다. 어쩌다 젖은 손으로 쇠 대야를 덥석 잡으면 손바닥이 철썩 달라붙어 버렸다. 그럴 때는 얼른 따뜻한 물을 부어 겨우 떼어내곤 했다. 

세수를 마치면 벗은 신발이 어디로 날아 가는지도 모르고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문 옆 못에 걸린 수건을 집어 들었다. 이미 누군가 쓰고 간 수건은 젖어서 차가웠다. 우리는 그 눅눅한 수건 하나로 얼굴을 닦았다. 수건에는 마를 틈도 없이 가족들의 온기가 겹겹이 쌓여 갔다. 

아침 공기에 구수한 밥 냄새가 퍼져올 때면, 부엌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 놔라!” 

벽에 기대어 있던 낡은 사각 밥상을 끌어와 다리를 "탁, 탁" 소리 나게 폈다. 언니와 큰오빠가 상머리를 맞잡고 조심스레 내려놓으면,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상 주위에 둘러앉았다. 

엄마는 김이 솟구치는 무거운 밥솥을 들고 와 툇마루 끄트머리에 걸터앉았다. 뚜껑을 열자 뜨거운 열기가 엄마의 얼굴을 감쌌다. 밥주걱이 움직일 때마다 고소한 김이 방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가장 먼저 밥공기 가득 채워진 고봉밥은 아빠의 몫이었다.
문가에 앉은 나는 그 온기를 안쪽으로 조심스레 밀어 넘겼다.
밥그릇은 손끝에서 손끝으로 건너가 언니에게, 큰오빠에게, 작은오빠에게로 차례로 전해졌다.
그리고 그다음은 늘 남동생이었다. 나이순으로 내려오던 질서는 늘 내 앞에서 한 번 멈췄다.
밥그릇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담기는 양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마침내 모든 그릇이 지나가면,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반쯤 찬 밥그릇을 내 앞에 밀어 놓았다. 

그 마지막 밥그릇은 언제나 내 앞에 놓였다. 

상 위에는 붉은 김치와 검은 간장 종지, 그리고 김이 오르는 국 한 사발이 전부였다.
우리는 좁은 상에 머리를 맞대고 부지런히 수저를 움직였다.
겨울 햇살이 비치는 마당 위로 달그락거리는 숟가락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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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1970년대 바다 건너편 작은 집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쓰는 이야기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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