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ir Part 1] Ep.1 회색 공장: 낮은 천장 아래 그려진 첫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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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소리가 노란 전구 아래서 까만 유리창을 흔들고 있었다."
| AI 이미지생성 |
끝도 없이 펼쳐진 밴쿠버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이 유난히 넓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 하늘과 너무 달랐던 어린 시절의 하늘이 떠오른다. 작고, 낮고, 회색빛 하늘.
우리 집은 산 중턱 외진 곳에 있었다. 하늘 아래 첫 집이었다. 집 뒤로 완만한 벼랑이 서 있었다. 그 벼랑을 나란히 몇 발자국만 나가면 가파른 노란 황토 흙길이 이어졌다. 그 길은 수없이 밟혀 도랑처럼 움푹 패어 있었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면 철조망으로 둘러진 오리 농장이 나왔다. 비가 온 다음 날이면 웅덩이 가장자락에 하얀 오리알들이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다. 농장을 지나면 낮은 지붕들이 다닥다닥 맞대고 있는 동네가 이어졌다. 그 사이에는 작은 가내 사탕 공장이 있었다. 오리 농장의 비릿함이 지나가면 이번에는 설탕 끓이는 달큰한 냄새가 골목을 천천히 덮었다.
집 앞 마당 끝에 서면 푸른 바다가 보였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하나. 영도다리. 가족들은 나를 “영도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놀려대곤 했다.
바다를 마주하고 선 우리 집은, 방 하나와 그 옆에 딸린 부엌 하나가 전부였다. 비좁은 툇마루를 올라가 문을 열면, 작은 미닫이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 창문을 열면 산비탈이 하늘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아랫목에는 아버지가 늘 누워 있었고, 건너편에는 재단 테이블과 재봉틀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방 안은 벽지도 없이 시멘트 벽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천장을 가로지르는 서까래 가운데 묶인 전깃줄 끝에는 노란 전구 하나가 흔들리듯 매달려 있었다.
아버지는 테이블 위에서 서걱서걱 옷감을 자르고 재봉틀에 앉아 페달을 밟았다. 무쇠 발판이 움직일 때마다 방 안에는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을린 다리미 자국이 남은 재단 테이블위에 손잡이에 헝겊을 감은 가위, 닳아진 삼각 초크, 그리고 눈금이 흐려진 자가 흩어져 있었다.
작업이 끝난 밤이면, 자투리 천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엄마는 걸레를 들고 와 그것들을 구석으로 쓱쓱 밀어내고 얄팍한 요를 펼쳐주었다. 우리는 그위에 어깨를 맞대고 누웠다. 이불을 끌어 올리면 서로의 체온이 조용히 섞였다.
잠결에 온기가 도는 아랫목을 향해 내려가기도 하고 누군가의 묵직한 다리가 배 위에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 밤에도 방 한편에서는 재봉틀 소리가 계속되었다.
노란 전구 아래에서 그 소리는 좀처럼 끊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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