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ir Part 1] Ep.9 –언니: 비워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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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게 드리운 햇빛 속에서 담배연기는 꼬불꼬불 춤을 추며 작은 방안을 헤매고 있었다."
| AI 이미지생성 |
그 무렵부터 언니 곁에는 낯선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귀가 시간도 조금씩 늦어졌다.
해가 지고 서늘한 그림자가 마당에 내려앉을 때쯤 언니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방 안 눈치를 살폈다.
시계를 노려보던 아버지는 언니 얼굴이 보이자마자 멱살을 낚아채듯 방 안으로 끌어올렸다.
벽에 기대어 있던 투박한 각목을 집어 들었다.
나무 막대가 언니의 엉덩이 위로 사정없이 떨어졌다.
언니는 몸을 비틀며 피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언니의 비명소리와 둔탁한 타격음이 좁은 방 안을 휘저었다.
언니는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는 몽둥이를 바닥에 내던졌다.
“저 가시나가 안 저랬는데... 질 나쁜 것들하고 다니디만 고마 저래되뿟네”
그리고는 다시는 그 애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언니의 귀가 시간은 달라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언니를 기다리는 것은 늘 같은 매질이었다.
아버지와 언니는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언니가 빨아서 걸어둔 청바지를 거칠게 낚아챘다.
테이블 위 무쇠 가위를 집어 들었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가시나가 바람이 나가꼬… 청바지나 입고 싸돌아 다니싸코!”
가윗날이 닿자, 청바지가 잘려 나갔다.
한 번, 또 한 번.
잘려나간 조각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악! 안돼!”
언니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손에 쥔 천 조각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언니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울었다.
나는 들썩이는 언니의 등을 바라보며 내눈에도 물기가 어렸다.
그날 밤 언니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것이 긴 싸움의 시작이었다
해가 기울고 아버지는 골목을 오갔다.
밤이 깊어도 언니의 기척은 없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서야, 나는 그 자리가 밤새 비어 있음을 알았다.
아버지는 쾡한 눈으로 줄담배만 피웠다.
손가락 사이에서 담배가 가늘게 떨렸다.
연기는 꼬불거리며 방 안을 떠돌았다.
나는 숨을 들이 쉴때마다 목구멍이 조였다.
엄마는 버석한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 아래서 우리는 숨을 죽인 채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엄마의 구리무통 위로 먼지가 하나 둘 내려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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